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의무소방전형으로 경채지원한 정도환입니다.

저도 딱 이렇게. 처음 소방사관학원을 찾아 기웃거리다 벽에 붙은 합격수기들을 읽으며 수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날의 저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5개월 (수험기간 + 시험기간), 총비용 60만원(인강+체대학원비+독서실+이동,숙박비) 이 들었던 지난 시간을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군복무 시절 의무소방을 지원하여 다양한 보조업무를 수행하며 2년을 보냈습니다. 이때의 즐거운 기억과 소방관만큼은 활동해보지 못했다는 미련이 남아 이번 상반기에 9급소방사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대시절 복무하면서도 시험에 합격한 선임 덕분에 시험의 난이도와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준비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교재를 알아보던 중 교재포함 + 인강까지 들어있는 소방사관학원의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학원에 관심이 생겨 사관학원 포함 3군데 정도 입시설명회를 찾아가 정보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이 가장 좋은 게 소방사관학원이라서 마음이 쏠리긴 했습니다.
 

2018년도 하반기 시험의 난이도가 매우 쉬웠는데, 같은 시험에 대해서 학원들의 입장이 다 달랐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어려웠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겁을 주는듯한 타 학원에 비해 사관학원은 소방영역의 개념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단기간도 가능하다고 힘을 주듯 말해주어 좋은 이미지를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이 좋았던 게 선택의 기준이었습니다.

공부의 시작은 사관학원에서 준 모의고사를 일단 풀어봤습니다. 풀어보니 독해는 어느 정도 읽고 풀지만 국어는 고전문학, 사자성어. 영어는 소방 설비의 작동순서, 영숙어에서 막혔습니다. 스스로의 실력과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도서관에서 하루 15시간씩, 과목당 3강씩 듣고 복습하며 처음 보는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마 공부하시면서 ‘기초를 다시 다져볼까’ , ‘이 부분 개념을 더 익히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많이 드실겁니다. 하지만 용기 있게 넘어가야할 부분입니다. 사관학원의 기초 – 기본 – 심화 – 총정리 – 문풀 - 모의고사 과정은 알아서 앞 단계를 되짚어주고 이해시키며 진도를 나아가기에 ‘만약 제가 혼자 공부했다면?’ 에 비해 매일 꾸준한 양의 공부를 이어가기 수월했고, 또 공부하며 외로운 마음을 덜어주는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필기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문제를 봤을 때 해당 개념을 떠올릴 수 있냐 없느냐’입니다.

많은 문제를 풀어보며 첫줄만 봐도 뭘 물어보는 문제구나!를 알아채도록 연습하시고 물어보는 개념을 완벽하게 떠오르게 ‘훈련’ 하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소방관 경력채용의 수준은 수능 4등급 정도의 난이도에 기본개념 위주로 물어보기 때문에 ‘이해’와 ‘노트 정리’ 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길 바랍니다. 한권도 아닌 그 두꺼운 교재의 방대한 개념을 그저 ‘이해’하려고만 들면 뒷부분 공부할 땐 앞부분 까먹습니다. 기본파트 공부하실땐 ‘익숙해진다~’는 느낌으로 맘 편히 공부하시고 문제를 풀 땐 해당 개념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 ‘훈련’하시는 겁니다. 실제로 마지막 4주간 제 공부 방법은 정말 단순했습니다.

시간 맞춰 1회 풀고, 오답하며 틀린 문제는 필요한 개념을 책 안보고도 줄줄 써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쓰며 외웠습니다. 그리고 매일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며 개념을 안 쓰고도 머릿속으로 다 떠오를 때까지 훈련하며 복습합니다. 매일!!

이런 식으로 과목당 모의고사 25회, 500문제는 모조리 외워서 시험장에 갔습니다. 하다보면 겹치는 개념도 많아 점점 금방 보게 됩니다 :)

필기가 끝나자 소방사관학원과 연결된 크로스학원을 골라 운동했습니다. 3달간 공부하면서 2일에 한번은 헬스장에 가 개인적으로 운동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필기직전 잠깐 운동을 쉬게 되는데 다시 운동 시작했을 때 평소 운동을 하고 안하고가 회복속도차이가 아주 컸습니다. 가서 강사님이 보여주는 자세, 조언, 목표치만 잘 따라가도 각 항목 8점은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공부기간도 짧은데 슬럼프는 심하게 겪었습니다. 평소 공부와 너무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갇혀서 공부만 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가장 큰 적은 ‘완벽함’과 ‘조바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되면 어쩌지? 하며 딴 생각하기 일쑤였고, 원하는 만큼 진도를 못 내면 하루 공부를 포기해버리기도 자주했습니다. 이렇게 날고 기는 강사들과 공부환경 만들어주는 부모님. 말도 안 되게 저렴한 패키지까지. 세상 모든 게 나 잘되라고 도와주는데 오직 나만이 나를 방해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순간 이겼다곤 못하겠습니다.

 

그저 왜 시작하려고 했는지. 소방관이 되어 어떤 미래를 가지고 싶었는지 다시금 상상하며 버텼습니다. 게을러 질수록 슬럼프와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성실히 공부하고 운동하십시오. 이것만으로도 슬럼프에서 반은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쉽죠. 미안합니다.

정말로 소방관이 되기로 결정하셨다면 사실 시험합격은 아주 작은 과정입니다. 우리는 소방학교에 가서 더 힘들게 운동하고, 합격자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부해야 합니다. 관료주의 짙은 남초 직장에 들어가 막내생활을 해야 하고 눈치 속에서 업무를 익히고 승진시험을 쳐야합니다. 여기에 각자의 삶과 걱정도 있겠죠. 높은 봉급과 안정된 신분이라는 장점을 넘어설 만큼의 현장의 어려움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의 본인의 즐거움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아마 겪어보면서 찾게 되는 분이 더 많을 테니 일단 시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힘이 되 주시고 갖고 싶은 미래에도 함께하길 바라는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외롭지 않게 재밌게 공부하도록 도와준 소방사관학원과 크로스학원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라 시험 진행과정에서도 친절하고 상냥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